티스토리 뷰

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해운대 강백호와 서태웅

Grutree 2026. 8. 11. 08:02

목차


    85년 생입니다.

     

    저와 동수는 라이벌 같지도 않은 라이벌이었습니다. 둘 다 도찐개찐이었거든요. 중학교 시절 점심시간만 되면 시작되던 그 라이벌 놀이, 운동장 반코트에서 벌어지던 3대3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반코트 3대3, 그리고 내가 들고 간 공

     

    당시 우리 해운대중학교에는 축구장, 농구 코트, 배구 코트가 다 있었습니다. 덕분에 어지간한 운동은 다 해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배구만 빼고 전부 했습니다. 배구는 서브만 받다 보니 맨날 손목에 멍이 들어서, 친구들이 같이 하자고 하면 도망가기 일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배구도 배워둘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농구는 늘 3대3이었습니다. 6대6으로 양쪽 골대를 다 쓰기엔 너무 힘들어서, 한쪽 골대만 쓰는 반코트 경기였습니다. 팀은 매번 가위바위보로 정했습니다.

    당시 체육관은 엄청 컸지만 공을 함부로 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체육 선생님 기분이 좋으면 가끔 내주시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제가 집에서 들고 갔습니다. 공을 들고 가는 사람이 은근한 권력자였던 시절입니다.

     

    동수, 라이벌 같지도 않은 라이벌

     

    저는 슈팅 가드였습니다. 키는 작았지만 슛 정확도가 나쁘지 않았거든요. 문제는 동수였습니다. 동수도 슈팅 가드였고, 키도 저와 비슷했습니다.

    그러니 경기가 시작되면 결과는 늘 정해져 있었습니다. 제가 동수를 막고, 동수가 저를 막는 것. 공수 양쪽에서 우리는 항상 붙어 다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매일 싸웠습니다.

    시작은 늘 똑같았습니다. 파울이다, 아니다. 그 한마디에서 시작해 말싸움으로 번지고, 말싸움이 몸싸움이 됐습니다. 그러다 경기 중에 진짜로 주먹이 오간 적도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그때는 그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라이벌이라기엔 좀 민망한 구석도 있었습니다. 둘 다 도찐개찐이었거든요. 제가 잘 넣는 날엔 동수도 잘 넣었고, 제가 안 되는 날엔 동수도 헤맸습니다. 실력이 비슷해서 라이벌이라기보다는, 못하는 수준이 비슷해서 라이벌이었던 셈입니다.

     

    만화방에서 만난 강백호

     

    그 시절 농구가 그렇게 유행한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슬램덩크였습니다. 그 만화 하나 때문에 전국의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보다 농구를 하는 아이가 더 많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만화방에서 슬램덩크를 처음 봤습니다. 그리고 제가 제일 좋아한 캐릭터는 강백호였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그 특유의 해맑은 웃음, 그리고 넘치는 자신감과 파이팅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다인 것 같습니다. 만화방에서 본 장면들을 운동장에서 그대로 따라 하고 흉내 내면서, 공 하나 들고나가면 우리는 다들 각자의 강백호였습니다. 안 들어갈 슛을 던지고, 넘어지고, 웃고, 또 던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와 동수도 딱 그 만화 속 두 사람 같았습니다.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대고, 서로 인정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같은 코트에서 계속 뛰었으니까요. 전날 주먹까지 오갔어도, 다음 날이면 늘 그랬듯 농구공을 들고 다시 골대로 뛰어갔습니다. 그거면 충분한 나이였습니다.

    여러분의 학창 시절 운동장은 축구였나요, 농구였나요? 그리고 매일 싸우면서도 매일 같이 놀았던 친구, 한 명쯤 있으셨죠?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