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IMF, 친구 민재

Grutree 2026. 8. 8. 08:02

목차


    85년 생입니다.

     

    IMF는 우리 집을 비껴갔을지 몰라도 제 친구 민재의 삶은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아버지가 조선소에 계셨던 우리 집은 그 시기를 그럭저럭 넘겼습니다. 하지만 학교에 오면 공기가 달랐습니다. 친구들의 아버지들이 하나둘 일자리를 잃었고, 몇몇은 김해나 마산, 울산, 해외로 나가 일하신다는 들었다. 그 소용돌이 한가운데 제 친구 민재가 있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어느 날부터 비어 있던 자리

     

    민재가 학교에 나오지 않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처음엔 며칠 결석이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도 그 자리는 비어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흉흉한 소문만 돌았습니다.

    걱정되는 마음에 방과 후 민재네 집을 찾아갔습니다. 문을 두드렸고,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몇 번을 더 두드리다 그냥 돌아가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문이 열렸습니다.

     

    "끼이익"

     

    방 안에 쌓여 있던 컵라면

     

    문이 열리자 냄새가 먼저 났습니다. 나중에 알았지만, 병원 중환자실에서 나던 것과 비슷한 냄새였습니다. 이런 표현이 조심스럽지만, 그때 맡은 그 냄새를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민재가 문을 열어주고는 들어오라는 손짓과 함께 나는 방에 들어갔습니다. 민재 얼굴은 우울했으며, 민재 방으로 가는 입구에 있던 안방에 어머니가 누워 계셨고, 저는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민재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 안에는 먹다 남은 컵라면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그게 그 집에서 제가 본 전부였고, 그것만으로 모든 상황이 설명됐습니다.

     

    미안하다고, 돌아가달라고

     

    저는 물었습니다. 왜 학교에 안 나오는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아버지는 어디 가셨는지.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습니다. 대신 민재는 이렇게만 말했습니다.

    "지금 너무 힘들다. 그냥 돌아가줘라. 미안하다, 그리고 와줘서 너무 고마워."

    저는 그렇게 민재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민재를 다시 보지 못했습니다. 전학을 갔는지, 다른 어딘가로 떠났는지 저는 지금도 모릅니다. 그냥 소문으로만 다른 지역으로 이사갔다는 소문만 들었을 뿐입니다.

    우리 집도 그 시절을 완전히 비켜간 건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정은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그 시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다투시는 경우를 종종 봤으니깐요.

    지금 생각하면 그때 우리 모두가 어떻게 그 시절을 버텼는지 모르겠습니다. 민재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문득 그 냄새가 스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갑자기 사라진 친구가 있었나요? 그때의 기억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