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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일춘기, 이춘기, 삼춘기를 넘어서는 사춘

Grutree 2026. 8. 7. 08:03

목차


    85년 생입니다.

     

    내가 사춘기라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짜증만 났습니다. 집보다는 밖이 편했고, 친구들이 좋았습니다. 엄마, 아빠 얼굴만 봐도 부딪히기 일쑤였고, 그러다가 우리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멈추고 단절되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집에 들어가기 싫어 해운대 바닷가를 찾아가던 날들이 이어졌습니다. 어린 나이에 무슨 인생의 고민이 그렇게 많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밤늦게 돌아다녀도 위험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오히려 동네 어르신들이 집에 빨리 들어가라고 혀를 차며 닦달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사춘기였기에 그 말마저 듣지 않았습니다.

     

    해운대 바닷가 도장깨기와 나만의 아지트

     

    혼자 바닷가에 가서 특별히 뭔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하루는 달맞이를 올라가고, 하루는 동백섬을 가고, 또 다른 날은 청사포를 가며, 걸어서 도장 깨기 하듯 돌아다니는 게 전부였습니다.

    얼마나 자주 갔었는지 각각의 포인트마다 나만의 장소가 있었고, 거기에는 앉을 곳이 세팅이 되어있었습니다. 모래밭에 주저앉거나, 미리 의자를 배치해서 앉을 수 있게 했습니다. 거긴 정말 나에게는 장관이었습니다. 등대가 내 시야를 묵묵히 밝혀 주었고, 파도 소리는 잔잔한 노래가 되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집에 가면 어김없이 듣던 잔소리들을 잠시나마 희미하게 지워주던 유일한 시간이었던 턱입니다. 쓸데없는 인생의 고민은 내가 다 짊어지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은 또 어찌나 그렇게 많았는지 모릅니다.

     

    내 방이 생겼지만 문을 닫은 이유

     

    이사를 가면서 생애 처음으로 온전한 '내 방'이 생겼습니다. 방이 생겼으니 책상에 앉아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를 하거나 조용히 시간을 보낼 줄 알았지만, 현실은 방문은 닫혀 있었지만 책상 위에는 책가방만 올려져 있고, 먼지만 쌓여갔고, 맨날 침대에 누워 멍 때리는 시간만 흘려보냈습니다.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멍하게 천장만 바라보다 하루가 갔습니다. 가만히 누워 생각에 잠기다가도 문뜩 친구들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이 시간에 녀석들은 학원에서 열심히 엉덩이를 붙이고 공부를 하고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나는 왜 이 모양인지 알 수 없는 답답함만 커져갔습니다.

     

    어른들이 지키던 골목과 멈춰버린 대화

     

    지금 생각해보면 참 유난을 떨던 시절이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돌아다녀도 치안 걱정은 없던 동네였습니다. 골목길마다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거기 누구냐, 빨리 집구석에 들어가라" 고함치시던 어르신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시절의 어른들은 온 동네 아이들이 제 자식인 것처럼 챙기던 분들이었습니다. 다 나를 걱정해서 해주신 말씀이었을 텐데, 그마저도 사춘기라는 핑계로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의 대화는 뚝 끊겼고, 내 방 침대에 누워 앓던 고민들은 찬 바람과 함께 흩어져갔습니다. 그 시절, 나는 왜 그렇게 세상이 온통 짜증스럽기만 했을까요.

    돌이켜보면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그 시절만의 '방황의 방'이 하나쯤은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처음으로 '사춘기'라는 거대한 벽을 마주했던 순간이 언제인가요? 부모님과 대화가 뚝 끊긴 채 나만의 아지트를 찾아 헤매던 그 시절의 기억이 있다면, 댓글로 살짝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