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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된장 통발 하나로 초딩 시절을 사로잡았던 장산 계곡 이야기

Grutree 2026. 7. 21. 08:02

목차


    85년 생입니다.

     

    저는 물개가 아니라 콜라병이었습니다. 그래서 깊은 곳은 안 갔습니다. 아니, 못 갔습니다. 그래도 여름이면 친구들과 장산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부모님 몰래 다녀오던 그 계곡을,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슬리퍼에 수건 하나, 장산 계곡

     

    해운대에 살면 여름 피서지가 널려 있습니다. 바다도 있고, 옥상도 있고, 장산도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의 피서지가 옥상이었다면, 친구들과의 피서지는 장산 계곡이었습니다.
    장산 계곡은 입구부터 얕은 물이 많아 어린이들이 놀기 좋았습니다. 올라가다 보면 폭포도 두 개나 있었지만, 우리가 주로 놀던 곳은 입구였습니다. 이유는 분명했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무엇보다 자연이 만든 돌 미끄럼틀이 있었으니까요.
    준비물은 단출했습니다. 슬리퍼에 수건 하나 달랑 매고 갑니다. 수영복도, 튜브도 없었습니다. 어차피 집에 가는 길에 다 마를 걸 알았으니까요.

     

    된장 통발과 콜라병의 물놀이

     

    우리의 물놀이에는 나름의 기술이 있었습니다. 페트병에 된장을 넣어 좀 깊은 곳에 던져두는 겁니다. 그러면 물고기가 냄새를 맡고 병 안으로 들어옵니다. 일종의 통발이었습니다. 그리고 물수제비를 뜨고, 물장구를 치고, 앞서 이야기한 금 캐기도 했습니다. 계곡에서도 우리는 금을 캤습니다. 물론 없었지만 말입니다.
    돌멩이가 생각보다 날카로워서 발가락을 베는 치명적인 부상도 입었지만 괜찮았습니다. 우리는 슈퍼 초딩, 아니 슈퍼 국딩이었으니까요.
    다만 저에게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저는 물개가 아니라 콜라병이라는 이유로 깊은 곳은 가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 갔습니다. 친구들이 폭포 아래 깊은 소에서 첨벙거릴 때, 저는 얕은 물에서 된장 통발이나 지키고 있었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시스, 떡볶이가 왔다

     

    한참을 놀다 보면 배가 고파집니다. 그렇다고 잡은 물고기의 배를 따서 튀겨 먹었다는 건 거짓말이고, 다 살려줬습니다. 잘못 먹어서 탈 나면 안 되니깐요, 그냥 배가 고파도 계속 놀았습니다. 주변에 뭘 사 먹을 데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날은 달랐습니다. 학원 때문에 늦게 온 친구 하나가, 손에 뭔가를 들고 나타난 겁니다. 떡볶이와 순대였습니다. 지저스 크라이시스! 알고 보니 그 친구 어머니가 해운대 중학교 내려오는 길에 있던 유명한 분식집을 하셨던 겁니다.
    우리는 오뎅 국물을 나눠 마시고 다시 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더 격렬하게 놀았습니다. 배에 기름을 채웠으니까요.

    정신없이 놀다 보면 어느새 저녁입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습니다. 수건 던지기 놀이를 하는 바람에 수건까지 흠뻑 젖어서, 저는 닦지도 못하고 젖은 채로 집에 가야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면 마지막 미션이 남아 있었습니다. 1층 집 아주머니네 수돗가에서 비누로 발과 몸을 대충 씻습니다. 춥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엄마에게 안 혼나기 위한 저만의 노하우였으니까요.
    그리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작은방으로 잽싸게 들어가 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현관에 떨어진 물자국까지 싹 닦습니다. 그런 다음 어머니에게 당당하게 갑니다.
    "엄마, 나 씻고 왔다. 물 흐른 거 다 닦았다."
    그러면 어머니는 한숨을 한 번 쉬고 이러셨습니다.
    "밥 무라!"
    그렇게 미션은 클리어됐습니다.
    여러분의 여름 피서지는 어디였나요? 바다였나요, 계곡이었나요? 그리고 헤엄 못 치는 '콜라병', 저 말고 또 계신가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참고 자료
    부산광역시 '도심 속 깊은 계곡 장산 계곡': https://www.busan.go.kr/news/totalnews01/view?dataNo=6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