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전교생을 운동장으로 모았던 그 시절

Grutree 2026. 7. 19. 08:02

목차


    85년 생입니다.

     

    그 시절 매주 월요일 아침은 지루했습니다. 지금 학교에는 없는 문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매주 월요일, 전교생이 운동장에 모여 교장선생님 훈화를 듣는 조회였습니다. 오늘은 그 지루했던 월요일 운동장으로 가보겠습니다.

     

    월요일, 운동장으로 집합

     

    매주 월요일, 0교시 종소리와 함께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집합했습니다. 2열 종대로 줄을 섰습니다.

    "맨 마지막은 구호하지 마!"

    선생님의 이 말과 함께 우리는 1열부터 숫자를 세면서 앉기 시작합니다. 맨 마지막 사람은 구호를 하지 말라는 겁니다. 정신 차리라는 뜻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안 됩니다.

    "20!"
    "아... 돌았나....."
    "하지 말라니까!"

    자동 반사 같은 겁니다. 앞에서 숫자가 넘어오면 마지막 사람도 자기도 모르게 "20!" 하고 외쳐버립니다.

    그러면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다시 앉습니다. 입에서는 욕이 절로 나왔습니다. 참고로 저는 안 걸리려고 맨 뒤에 서지도 않았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모래바닥에서

     

    그렇게 겨우 다 앉으면, 꼭 똑같은 학생이 늦습니다. 지각한 학생은 헐레벌떡 뛰어옵니다. 그러면 훈화 시간은 또 뒤로 밀려납니다. 교장선생님 기분이 안 좋은 날에는 그 학생을 앞으로 불러 세우기까지 하셨습니다.

    우리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햇빛이 쨍쨍하나 거기 서 있어야 했습니다. (부산이라 눈 내리는 건 거의 못 봤습니다만.) 졸 수도 없었습니다.

    바닥이 모래라 문제였습니다. 오래 서 있다 보면 졸음이 몰려오고, 다리에 힘이 풀리기라도 하는 날이면 얼굴이며 다리며 팔에 흠집이 나고, 어떤 날은 피가 났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별것 아닌데, 그때는 그 모래바닥이 그렇게 싫었습니다.

     

    5분이 50분 같던 그 훈화

     

    그리고 왜 이렇게 말씀은 긴지 모르겠습니다. 5분이 50분과 같았습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뭐라뭐라뭐라뭐라……"
    "이제 들어가시면 됩니다."

    솔직히 훈화의 주제는 기억이 하나도 없습니다. 매일 비몽사몽으로 들어서요. 무슨 좋은 말씀이었겠지만, 아침부터 운동장에 세워진 아이의 귀에 들어올 리가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 아이들 학교에는 이런 게 없습니다. 이런 걸 했다가는 진격의 거인처럼 부모님들의 항의가 몰려올 겁니다. 아침부터 아이를 모래바닥에 세워놨다고 말입니다. 저도 지금은 그 부모 중 한 명이니, 아마 저부터 학교에 전화를 걸겠지요. 그런데 이상하게, 그 지루했던 월요일 아침이 가끔 생각납니다.

    여러분의 학교에도 이 조회가 있었습니까? 훈화 중에 쓰러진 친구 이야기든, 지각해서 혼난 기억이든, 하나만 댓글로 남겨주세요.

    이 글은 개인의 기억에 기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