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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워크맨과 MP3의 추억

Grutree 2026. 7. 13. 15:52

목차


    85년 생입니다.

     

    우리 집 음악의 역사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들고 온 캐리어에서 시작됐습니다. 캐리어 안에서는 전축이 나왔습니다. 아버지가 부품을 하나하나 조립하시고 마침내 전원을 켜던 순간, 갑자기 터져 나온 그 큰 소리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전축을 시작으로 국민학교 때는 워크맨, 중학교 때는 CD플레이어와 MD, 그리고 고등학교 때는 아이리버 MP3까지. 제 십 대는 음악을 담는 그릇이 계속 바뀌던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휴대폰에서 손가락 하나만 움직이면 세상 모든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그때는 노래 한 곡을 갖기 위해 참 많은 것이 필요했습니다. 우리 집 음악의 변천사를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버지의 캐리어에서 나온 SONY 전축

     

    국민학교 시절 우리 집 가보 1호는, 일본에서 건너온 캐리어에서 나온 SONY 전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노래를 무척 좋아하는 분이셨거든요. 그 전축은 그 시절 우리 집에서 가장 웅장한 물건이었습니다. 소리를 틀면 2층집 전체가 울렸으니까요.어머니는 가끔 테이프를 사 와서 클래식을 틀어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장면입니다. 넉넉하지 않던 우리 집 거실에, 그 집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클래식이 웅장하게 울려 퍼지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어색함이야말로 그 시절 부모님 세대의 마음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뭔가 더 좋은 것을 들려주고 싶었던 마음. 저도 지금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제야 그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그리고 예상하시겠지만, 한 1년쯤 지나자 그 대단한 전축은 조용히 라디오 전용이 되었습니다.

     

    워크맨과 늘어난 테이프

     

    그다음은 워크맨의 시대였습니다. 저는 라디오를 좋아했기 때문에, 워크맨의 주 용도는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노래를 녹음하는 것이었습니다. 좋아하는 곡이 나오기를 하염없이 기다리다가 그 순간 녹음 버튼을 누르던 긴장감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다른 하나는 길거리에서 파는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듣는 것이었습니다.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지금 같지 않던 시절, 리어카에는 늘 최신 가요 테이프가 쌓여 있었습니다.
    그렇게 손에 넣은 노래를 저는 정말 지겹도록 들었습니다. 얼마나 들었냐면, 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들었습니다.
    "Let's dance!!! Everybody…!! 트… 트… 트위스… 트…!!!"
    어느 순간부터 비트가 질질 끌리고 음정이 낮아지며, 목소리가 축 늘어져 뭉개지기 시작합니다. 그건 그 노래를 너무 사랑했다는 증거였습니다. 사랑할수록 닳아 없어지는 음악. 요즘처럼 몇 번을 들어도 똑같은 음질로 재생되는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CD, MD, 그리고 아이리버 MP3

     

    십 대 후반이 되자 매체가 정신없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CD플레이어가 등장했고, 뒤이어 MD가 나왔습니다. 테이프보다 작고 음질도 좋았지만, 그때마다 기기를 새로 사야 했죠. 그리고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진짜 혁명이 찾아왔습니다. 바로 아이리버 MP3입니다. 199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소니 워크맨이 평정하고 있던 휴대용 음악 시장의 판을 완전히 뒤집어놓았습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기계에 수십 곡이 들어간다는 사실이, 테이프를 늘어질 때까지 듣던 저에게는 마법처럼 느껴졌습니다. 재미있는 건 우리 집 음악의 시작이 소니 전축이었는데, 그 끝은 소니를 무너뜨린 아이리버였다는 점입니다. 아버지가 캐리어에 담아 온 그 웅장한 소리에서 시작해,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작은 기계까지. 제 십 대는 그렇게 음악을 담는 그릇이 계속 작아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십 대는 무엇으로 음악을 들으셨나요? 워크맨, CDP, MD, 아니면 아이리버? 늘어질 때까지 들었던 그 노래가 무엇이었는지도 댓글로 들려주세요.

     

     

    참고 자료
    나무위키 아이리버: https://namu.wiki/w/아이리버
    브런치 '안녕, 내 청춘의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https://brunch.co.kr/@zagni/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