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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아버지는 검도복을 만드셨지, 야이야이야~♪

Grutree 2026. 7. 13. 20:07

목차


    85년 생입니다.

     

    제가 그토록 싫어했던 그 냄새가 사실은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린 냄새였습니다. 아버지가 검도복 만드는 일을 시작하시면서 우리 집의 공기가 바뀌었습니다. 우린 행복했지만, 냄새만큼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에게서는 늘 퀴퀴한 검도복 냄새가 났고, 손톱에는 남색 물이 들어 있었으니까요. 어린 저는 그 냄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그 시절을,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오토바이 뒷자리, 해운대에서 문현동까지

     

    건설 붐이 한창이던 시절, 아버지는 사우디와 일본을 오가며 일하셨고 이후 울산 조선소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그러다 가족 중 한 분이 검도복 만드는 일을 하시게 됐고, 아버지는 "가족을 도와야 한다"며 그 일에 뛰어드셨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은 부산으로 옮겨왔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하루는 오토바이로 시작됐습니다. 해운대에서 문현동까지, 매일 그 먼 길을 오토바이로 오가셨으니까요. 주말에도 일하러 나가셔야 했기에, 저는 가끔 아버지 뒤에 매달려 함께 출퇴근길에 오르곤 했습니다.
    사실 그 시절 부산의 공기는 지금보다 훨씬 탁했습니다. 매연 냄새가 코를 찌를 때도 많았습니다. 그런데도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아 바람을 가르며 달릴 때의 그 쾌감만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까운 거리라도 아버지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실 일이 있으면, 저는 어김없이 따라나섰습니다. 아버지 등을 붙잡고 얼굴로 바람을 받으며 달리던 그 시간이 참 좋았습니다.
    아버지의 근무지는 언덕 위에 있었습니다. 그 언덕을 오르려면 계단을 밟아야 했는데, 얼마나 가팔랐는지 모릅니다. 아이의 다리로 그 계단을 오르다 보면 숨이 턱까지 차올랐습니다. 그때는 그저 힘든 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그 길을 매일, 그것도 주말까지 오갔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참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남색 손톱, 그리고 그 냄새

     

    검도복은 재봉틀로 만듭니다. 그리고 검도복에는 유난히 남색 실을 많이 씁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아버지의 손톱에는 언제나 남색 물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무리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 그 색깔이, 저에게는 그냥 아버지 손의 일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냄새가 있었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그건 남색 염색약 냄새였을 겁니다. 하지만 그때 저에게 그건 그냥 아버지 냄새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면, 어린 저는 그 냄새가 너무나 싫었습니다. 아버지가 가까이 오시면 슬쩍 몸을 피하기도 했을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때는 그게 무슨 냄새인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이 우리 가족을 먹여 살리는 냄새라는 것을요.

     

    도움은 늘 외가에서 왔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버지는 결국 그 일을 그만두게 되셨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가족의 일이라 여기에 다 적을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이후 우리 집이 무척 어려워졌다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저는 그 사실을 어른들의 말이 아니라 눈으로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쌀을 들고 오셨고, 이모와 외삼촌들이 찾아와 반찬을 사주고 맛있는 것을 사 먹여주셨으니까요. 아이는 어른들의 대화를 다 알아듣지 못해도, 집으로 들어오는 쌀자루의 의미는 압니다. 돌이켜보면 그랬습니다. 우리 집이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준 것은 언제나 외가였습니다. 그 사실에 대해 저는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지금도 길게 말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그때 그 쌀자루가 없었다면 우리 가족이 어떻게 그 시절을 건넜을지 모르겠다는 것만은 분명히 적어두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시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어려웠던 기억이 아닙니다. 직접 만든 검도복을 입어보시던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재봉틀 앞에서 완성된 옷을 몸에 대어보시던 그 모습이, 어린 제 눈에는 정말이지 멋있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그 멋있음의 정체가 무엇이었는지를요. 이제는 압니다. 그건 자기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해낸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이제 저는 그 냄새가 그립습니다. 여러분의 아버지에게는 어떤 냄새가 났나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댓글로 나눠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