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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일본식 캐릭터 & 브랜드 볼펜의 등장.. 두둥,

Grutree 2026. 7. 10. 12:59

목차


    85년 생입니다.

     

    팬시점의 등장은 새로운 자본주의 세상을 일깨워준 사건이었습니다.

    어수선한 문방구의 시대가 저물고, '취향'이라는 것이 시작된 순간이었습니다. 저에게 그 변화는 국민학교 4학년 때, 학교로 올라가는 길목 문방구 옆에 처음 들어선 아트박스와 함께 찾아왔습니다. 부산 해운대에서 문방구에 둘러싸여 자란 아이의 눈에 그 변화가 어떻게 비쳤는지,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문방구 다섯 개의 왕국

     

    제가 다닌 초등학교는 부산 해운대 해동초등학교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신기한 건, 학교 하나를 둘러싸고 문방구가 무려 다섯 개나 있었습니다. 학교로 올라오는 길에 두 개, 옆 해운대 여중으로 가는 길에 하나, 그리고 초등학교 정문 앞에 두 개. 등하굣길 어디로 가도 문방구를 지나칠 수밖에 없는, 그야말로 문방구의 왕국이었습니다. 실제로 90년대는 문방구의 전성기였습니다. 국찐이빵, 연예인 책받침, 미니카를 팔아 건물을 샀다는 사장님 소문이 돌 정도로 아이들의 발길은 문방구로 향했었습니다.하지만 그 다섯 왕국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하나같이 비좁고, 어수선하고, 물건이 천장까지 뒤죽박죽 쌓여 있었다는 것. 그게 문방구의 당연한 모습이었습니다. 적어도, 그것이 나타나기 전까지는요.

     

    신세계의 등장: 큰길 문방구 옆 아트박스

     

    4학년이 되었을 때, 큰 도롯가에는 새로운건물들이 새워졌고, 큰길 문방구 옆에 낯선 가게가 문을 열었습니다. '아트박스'라는 이름의 팬시점이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순간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그곳은 제가 알던 문방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습니다. 물건이 캐릭터별로 가지런히 진열돼 있고, 통로는 넓고 환했으며, 뒤죽박죽 쌓인 것 하나 없이 모든 것이 반짝반짝 정돈돼 있었습니다. 어린 저에게 그건 그야말로 신세계였습니다. 알고 보니 아트박스는 1984년에 시작된 팬시 브랜드로, 90년대에 전국으로 매장을 넓히며 동네 문방구를 하나둘 밀어내던 참이었습니다. 제가 목격한 건 단순한 새 가게의 개업이 아니라, 어수선한 문방구의 시대가 깔끔한 팬시점의 시대로 넘어가는 그 전환점이었던 셈입니다. 물론 그때는 그런 거창한 의미를 알 리 없었고, 그저 예쁜 물건이 가득한 그 가게가 좋아서 뻔질나게 드나들었을 정도였습니다.

     

    헬로키티와 사쿠라, 그리고 축구 필통

     

    팬시점은 교실의 풍경도 바꿔놓았습니다. 그 중심에는 필통이 있었죠. 특히 뚜껑을 열고 닫는 메탈 필통이 유행이었는데, 사실 우리 남자애들에게 필통의 진짜 용도는 따로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 세워놓고 손가락으로 튕기는 필통 축구, 그리고 필통 농구. 멀쩡한 필통이 며칠 만에 찌그러지는 게 다반사였습니다.

     

    반면 여자아이들의 세계는 전혀 달랐습니다. 헬로키티 필통에, 일본에서 건너온 사쿠라 볼펜과 화이트(수정액)를 필수품처럼 갖추고 다녔습니다. 부드럽게 써지는 그 일본 펜에 처음 눈을 뜬 것도 그때였습니다. 비쌌지만 확실히 고장이 잘 나는 국산과는 달랐습니다. 물론 저는 끝까지 축구 필통에 모나미 볼펜을 고수하는 쪽이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작은 필통 하나에도 남자와 여자의 세계가, 국산과 일제가, 실용과 취향이 선명하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팬시점은 우리에게 처음으로 '무엇을 고를까'를 고민하게 만든, 취향의 학교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이 학창 시절 가장 갖고 싶었던 팬시 용품은 무엇이었나요? 메탈 필통이든 사쿠라 볼펜이든, 그 시절 필통 속 보물을 댓글로 자랑해주세요.

     

    참고 자료
    위키백과 아트박스: https://ko.wikipedia.org/wiki/아트박스
    나무위키 문구점: https://namu.wiki/w/문구점
    클리앙 90년대 아트박스 회고: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