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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한 때는 내게 놀이터였던 엄마의 일

Grutree 2026. 7. 25. 08:04

목차


    85년 생입니다.

     

    그 시절 엄마의 일터는 내겐 놀이터였습니다.

    새벽이면 우리 아침을 챙겨놓고 옆집 할머니에게 애들 학교 늦지 않게 가는 것만 좀 봐달라고 하고 문을 나서던 엄마였습니다. 호텔 청소부터 유치원 알바까지, 가사만으로는 부족했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엄마는 늘 부지런히 움직이셨습니다. 그때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깊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린 눈에 엄마의 일터는 그저 따라가서 맛있는 밥을 먹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운이 좋으면 용돈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유치원과 호텔, 엄마의 뒷모습을 따라가던 날들

     

    정말 어렸을 때는 엄마를 따라 엄마가 일하셨던 유치원에 갔었고, 조금 더 자라서는 호텔 청소를 하셨던 엄마를 따라가 호텔에서 밥을 먹고 목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왜 그랬을까 싶으면서도, 솔직히 그때 부끄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그 당시 엄마의 일하는 모습은 내게 너무 자연스러웠고, 엄마 곁에 있는 그 자체가 좋았습니다. 어리광 부릴 수도 있었고, 같이 퇴근길을 나서며 시장을 방문해 늘 먹던 잔치국수의 추억들까지 아직까지 새록새록합니다. 오히려 지금 와서 보면 나에게는 참 좋은 추억인 셈입니다.

    하루는 엄마가 일하는 유치원에 따라갔던 날의 기억이 선명합니다. 오후 늦게 등원하는 유치원생 동생이 나를 보더니 느닷없이 물었습니다. 형아 누구냐고, 나랑 같이 놀자고 했습니다. 엄마가 일하는 동안 나는 그 꼬마 아이와 장난을 치며 놀아주었습니다. 내가 의젓한 형아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고, 엄마가 일하는 그 공간에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일하는 부모를 보며 문득 든 생각

     

    그 시절의 엄마는 늘 바빴지만, 그래도 일찍 집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아침 일찍 출발하셨나 봅니다. 우리가 학교 갔다가 학원을 다녀오면 엄마가 집에 오는 시간이랑 얼추 맞았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더 고생스럽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어린 나이에도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엄마의 손에 들린 검은 비닐봉지를 볼 때마다, '우리 집은 왜 늘 이렇게 바쁘고 팍팍할까', '왜 가난할까?', '엄마가 해준 게 뭐가 있어'라는 나쁜 생각이 잠깐 스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 새벽부터 밤까지 온몸으로 버텨내는 엄마의 어깨가 안쓰러워, 철부지 같던 나도 조용히 어깨와 다리를 주물려 드렸었습니다.

    결국 삶이라는 건 그렇게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버텨내는 일이었습니다. 엄마가 닦고 치우던 그 수많은 자리들이 모여 우리 가족의 하루를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 엄마의 일터는 내 인생의 가장 따뜻하고 솔직한 교과서였습니다.

    엄마의 일터를 따라갔던 기억 중, 재미있거나 감동 있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