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85년 생입니다.
그 시절 저에게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 아니라 축구하러 가는 곳이었습니다. 10분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종만 치면 저는 조건반사처럼 운동장으로 튀어 나갔습니다. 그 시절 운동장을,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스트라이커, 가끔은 골키퍼
제 포지션은 스트라이커였습니다. 골을 넣는 자리죠. 그런데 골키퍼 하겠다는 사람이 없으면, 그라운드의 주인공도 별수 없이 골문으로 갔습니다. 다행히 몸이 유연해서 날렵하게 뛰는 게 가능했거든요. 그날 모인 인원에 따라 공격수였다가 골키퍼였다가 했습니다.
쉬는 시간은 딱 10분이었습니다. 2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면, 저는 교실 문을 박차고 운동장으로 달렸습니다. 10분 안에 공을 차려면 1초도 아까웠으니까요. 그리고 그 짧은 경기를, 저는 늘 머릿속으로 중계하고 있었습니다.
머릿속 중계방송이 시작됩니다
"그루 특파원, 오늘 경기 어떻게 보시나요?"
"아, 오늘은 부상에서 돌아온 A군 때문에 경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저 선수, 단거리 뛰기 선수거든요."
"아, 역시 골을 먹습니다. 1 대 0!"
머릿속에서는 이렇게 중계가 흘렀습니다. 그렇게 한 골 먹고 나면 2교시 쉬는 시간이 끝납니다. 3교시가 끝나면 우리는 또 우르르 몰려나갔습니다. 10분이 짧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매번 나갔습니다.
점심시간의 대혼전, 그리고 종소리
진짜 경기는 점심시간이었습니다. 밥을 먹고 나면 다시 운동장으로 뛰어갔는데, 이때는 전교생이 다 나오는 시간이라 운동장이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머리를 써야 했습니다. 저학년들 뒤로 요리조리 돌아 피하고,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골대 앞에서, 슛!!!!!!!!!
"아, 노골입니다!"
그러면 다시 뛰었습니다. 손흥민, 황희찬 저리 가라였습니다. 뭐 대단한 기술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냅다 달리는 겁니다. 공만 보고 달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다 갑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소리가 들려옵니다.
"삐리 리리 리리 리리리~"
"경기 끝났습니다. 결국 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짜증 낼 시간도 없습니다. 이미 5교시 시작 1분 전이니까요. 저는 다시 냅다 뛰어 교실 뒷문을 열고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10분 뒤. 저는 선생님의 자장가 같은 목소리와 함께, 5교시 내내 꿀잠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의 쉬는 시간은 어땠나요? 운동장이었나요, 교실이었나요? 그리고 저처럼 머릿속으로 중계방송 하던 분, 또 계신가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85년 생입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85년 생입니다.] 공지사항 (일요일 휴무 공지) (0) | 2026.07.26 |
|---|---|
| [85년 생입니다.] 한 때는 내게 놀이터였던 엄마의 일 (0) | 2026.07.25 |
| [85년 생입니다.] 작전명, “반찬통 뚜껑을 사수하라!” (0) | 2026.07.23 |
| [85년 생입니다.] “엄마가 며칠을 갈아 넣은 그 맛” (0) | 2026.07.22 |
| [85년 생입니다.] 된장 통발 하나로 초딩 시절을 사로잡았던 장산 계곡 이야기 (0) | 2026.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