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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링 위에서 2시간 만에 깨어났을 때 들은 말은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입학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복싱부 선배들이 1학년 각 반을 돌며 신입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습니다. 다른 반을 돌고 돌아서 마침내 우리 반에 도착했을 때, 교실 안은 군기가 바짝 들어있었습니다. 우리 학교 복싱부는 전국 시합에서도 이름을 날리는 교내 유명 클럽이었습니다.
선배들은 체격이 엄청 좋기보다는 다들 호리호리했지만, 우리에게는 그분들의 전설 같은 소문이 온 학교를 떠돌고 있었습니다. 어디 어디에서 10대 1로 싸워 이겼다느니, 잽만 제대로 맞으면 이빨이 빠진다니, 오줌을 지린다느니 하는 무시무시한 별명들이 뒤따랐습니다. 그런 전설의 선배들이 직접 우리 반에 나타났으니 숨소리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긴장했습니다.
선배들은 클럽 활동에 대해 묵직하게 소개를 하더니, 마지막에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여기 오면 중학교 생활 편해진다."
그 한마디에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소심하고 겁이 많았던 그 시절의 내성적인 성격을 어떻게든 고쳐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입니다.
줄넘기는 통과했지만 링 위에서 픽 쓰러진 이유
결국 고민 끝에 정규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 몰래 복싱부를 찾아갔습니다. 다행히 첫 관문이었던 기본 테스트인 줄넘기는 무난하게 통과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 진짜 링 위에 올라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각의 링 위에 올라가 선배와 마주 섰을 때, 오줌이 지릴 정도로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선배의 그 매서운 눈빛을 마주한 순간, 저는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픽' 하고 쓰러져버렸습니다. 참을 수 없는 압도감과 핑 도는 현기증이 한꺼번에 덮쳤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무려 2시간이나 흘러있었습니다.
다른 걸 떠나서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당시 깜짝 놀라서 달려오셨던 담당 코치 선생님과 선배들은 저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따뜻한 위로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돌아온 반응은 어이없다는 듯한 짜증 섞인 타박뿐이었습니다. 저 때문에 훈련이 끝나고 집에 늦게 갔다는 이유였습니다.
복싱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어진 인연
결국 저는 전설의 복싱부에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학교에는 '링 위에서 기절한 쫄보'라는 부끄러운 소문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 소동 이후로 복싱부 선배들과의 인연은 완전히 끊기지 않고 계속 이어졌습니다. 쫄보로 낙인찍혔는데도 어째서 인연이 남았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묘한 일입니다. 그 시절 복싱부 선배들은 겉으로는 무섭고 짓궂어 보였어도, 막상 부딪혀보면 은근히 사람을 챙겨주는 의외의 구석이 있었습니다. 맨날 뒷통수를 때리고 가서 아프긴 했지만요..
독자 여러분은 중학교 시절, 선배들의 호기나 무서운 소문에 홀려 엉뚱한 곳에 기웃거렸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때 용기 내어 도전했다가 낭패를 봤던 일에 대해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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