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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85년 생입니다.] 전설의 고향과 바꾼 내 다리

Grutree 2026. 8. 3. 08:02

목차


    85년 생입니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우리의 곤충 채집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 오는 날이면 생물 체험학습을 핑계로 달팽이를 잡으러 다녔고, 여름 방학이면 장산에 올라가 물고기를 잡고 장수풍뎅이며 메뚜기를 채집통에 한 가득 쓸어 담았습니다. 그 시절에는 흙냄새 묻혀가며 그 짓을 하는 게 왜 그렇게 좋았는지..

    여름날의 장산

    생물 시간에 제출해야 한다는 핑계는 만능 통행증이었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면 교실 창밖을 보며 어떤 핑계를 댈지 눈을 반짝였고, 방과 후에는 어김없이 풀숲으로 뛰어갔습니다. 학교 뒤에도 산이 있었지만 주로 학교를 떠나 장산 계곡이 우리들만의 아지트였습니다. 물장구를 치며 피라미를 잡고, 해가 뉘엿뉘엿 질 때까지 장수풍뎅이나 방아깨비 같은 온갖 곤충을 채집통에 가득 채웠습니다. 손에 꼬랑내와 풀냄새가 배어들어도 그저 신났던 시절이었습니다.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과 목 뒤가 서늘해지던 날

    그러던 어느 날, 곤충 채집을 완전히 접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찾아왔습니다. 전날 밤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던 《전설의 고향》 구미호 편을 본 게 화근이었습니다. 화면 속에서 사람을 홀려 간을 빼먹는 구미호의 모습은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난 쫄보였으니깐요. 하필 그 다음 날, 친구들과 장산에 오르는데 숲속의 공기가 유독 쎄하게 느껴졌습니다.

    "야, 진짜 숲에서 뭐가 튀어나오는 거 아냐."

    장난 반 진담 반으로 그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산을 오르는데,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사람 호흡 소리처럼 들리며, 닭살이 갑자기 생기면서 순간 겁에 질려 "씨, 괜히 어제 그런 걸 봤어!" 하며 친구들과 함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겁에 질려 전력 질주를 하다가 그만 돌부리에 걸려 크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다리통을 감싸던 붕대와 끝난 채집

    결국 그 길로 병원에 실려 갔고, 의사 선생님에게 야단을 들으며 다리통에 칭칭 붕대를 감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텔레비전 속 구미호가 진짜 나타날 리 없었겠지만, 그때는 정말 목 뒤가 바짝바짝 마르고 뼈마디가 서늘해지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그날 이후로 장산에 올라가는 발걸음이 뚝 끊겼고, 자연스럽게 우리의 유치했던 곤충 채집도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어릴 때 《전설의 고향》이나 무서운 이야기를 보고 밤에 화장실도 못 갔던 기억이 있으신가요? 그 시절 여러분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던 방송이나 괴담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