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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국민학교 앞 문방구는 그 시절 아이들의 백화점이자 놀이터였습니다. 준비물만 파는 곳이 아니라 간식과 게임, 그리고 동네 신용 시스템까지 굴러가던 아이들 경제의 중심지였습니다. 1985년생인 저는 문방구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아니, 좋아했다는 말로는 부족합니다. 등굣길에는 준비물을 사러, 하굣길에는 하루의 마무리와 간식을 위해 — 하루 2회 이상 꼬박꼬박 문방구로 출근했습니다. 출근 도장을 찍듯 드나들던 그 작은 가게의 기억을, 세 가지 장면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불량식품 천국: 쫀디기부터 순대 꼬치까지
그 시절 문방구에는 지금은 상상도 못 할 간식들이 가득했습니다. 쫀디기, 월드컵, 어포, 똘똘이, 꺼벙이, 나나콘 — 이름만 들어도 침이 고이는 이 과자들은 100원, 200원이면 살 수 있는 최고의 간식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불량식품이라 불렀지만, 아폴로나 쫀드기 같은 과자들은 식약처 검사를 정식으로 통과한 억울한 제품들이었다고 합니다. 쫀디기를 집에 들고 가서 누나랑 같이 연탄불에 구워 먹으면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았던 기억이 납니다. 맞고 나서는 엄마와 같이 쫀드기를 먹으며 추억을 쌓아갔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았던 건 문방구 앞 간식 코너였습니다. 컵떡볶이에 치킨 꼬치, 떡 꼬치, 순대 꼬치까지 — 분식집도 아닌데 없는 게 없었죠. 이 문방구표 먹거리들은 2014년 불량식품이 이른바 '4대 악'에 지정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췄는데, 지금 생각하면 위생이야 어쨌든 그 시절 하굣길의 행복 절반은 그 좁은 간식 코너에서 나왔습니다.

짱껨뽀: 문방구 앞 100원짜리 뽑기
문방구 앞에는 어김없이 사행성 오락기가 있었습니다. 그중 최고는 단연 가위바위보 게임기, 일명 짱껨뽀였습니다. 100원을 넣고 기계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코인이 촤르르 쏟아져 나왔는데, 이 코인이 그 문방구에서는 사실상 현금이었습니다. 저도 짱껨뽀로 딴 코인으로 간식을 정말 많이 사 먹었습니다. 말하자면 게임에서 이겨 그날의 간식값을 버는, 초등학생판 재테크였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글을 쓰면서 처음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이 기계가 1985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짱켄맨'이라는 게임의 복제판이었고, 1990년대에 전국 문방구를 점령하다시피 했다는 겁니다. 30년 넘게 몰랐던 제 하굣길 친구의 정체를 이제야 알게 된 기분이었습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도박을 가르친다는 논란 끝에 2008년부터 학교 앞 50m 이내 사행성 오락기 설치가 법으로 금지되면서 짱껨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학교 앞 도박기계라니 아찔하지만, 그 시절 우리에게는 "짱껨뽀!" 하는 기계음과 이겼을 때 쏟아지던 코인 소리가 하굣길 최고의 짜릿함이었습니다.
외상 장부와 엄마: 동네 신용의 시대
지금과 가장 다른 점은 외상 문화였습니다. 돈이 없어도 "OO네 아들이에요, 엄마 이름은 OOO이에요"라고 말하면 문방구 아저씨가 장부에 슥슥 적고 물건을 내주셨습니다. 신용카드도 휴대폰 인증도 없던 시절, 동네라는 울타리 자체가 신용이었던 셈입니다. 문제는 이 편리한 시스템을 제가 너무 사랑했다는 겁니다. 야금야금 쌓인 외상이 결국 엄마 귀에 들어갔고, 그날 저는 쭉빵을 맞으며 신용 거래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배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날 저는 인생 첫 신용불량자가 됐던 셈입니다. 대출 연체도 카드 돌려 막기도 아닌, 쫀디기와 컵떡볶이로 맞이한 신용불량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운 건, 아이 얼굴과 엄마 이름만으로 거래가 성립하던 그 느슨하고 따뜻한 신뢰가 지금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일 겁니다.
쫀디기 굽던 연탄불 냄새와 짱껨뽀 기계음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여러분이 문방구에서 제일 좋아했던 간식은 무엇이었나요? 외상 하다 걸린 분 있으면 댓글로 동지 신고 부탁드립니다.
참고 자료
나무위키 문방구 게임기: https://namu.wiki/w/문방구 게임기
나무위키 짱켄맨: https://namu.wiki/w/짱켄맨(아케이드 게임)
나무위키 막과자: https://namu.wiki/w/막과자
추천 영상 — 지식지상주의 '8090 문방구 놀이문화': https://livewiki.com/ko/content/8090-stationery-store-nostal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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