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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생입니다.

육아휴직 아빠 후기, 반년을 넘기고 나서

Grutree 2026. 8. 15. 08:08

목차


    본문

     

    육아휴직을 쓴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이 들은 말이 "좋겠다"였습니다.

    쉬는 줄 아시더라고요.

    처음 말을 꺼내던 날, 그해 회사는 조용히 기울고 있었습니다.

    사무실에서 그 얘기를 대놓고 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다들 알고 있는데 아무도 입을 안 열었습니다. 점심 먹으러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유난히 조용했던 게 기억납니다.

    ## 집은 집대로였습니다.

    애들이 아직 유치원에 다닐 때였는데, 와이프와 나도 계속 일을 해야 되는 입장이니 누군가는 애들을 봐야 했습니다. 몸이 아프신 우리 부모님이나 장인댁에도 애들을 맡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두 가지가 같은 시기에 겹쳤습니다.

    그래서 선택을 해야 했습니다.

    스스로 고른 것 같기도 하고 떠밀린 것 같기도 하고, 지금도 그게 뭐였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때는 다른 수가 없었습니다.

    첫 달은 그냥 멍했습니다. 출근을 안 하니까 시간이 안 갑니다.

    회사 다닐 때는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몰랐어요. 정신 차리면 여섯 시였고, 정신 차리면 금요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있으니까 오전 열 시가 왜 이렇게 안 지나가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단톡방이 조용해지는 것도 이상했습니다. 있을 땐 시끄러워서 알림을 꺼놨는데, 안 울리니까 자꾸 폰을 들여다보게 되더군요.

    그러다 오후 세 시쯤 되면 갑자기 바빠집니다. 하원 시간이 다가오니까요.

    오전 내내 늘어져 있다가 그때부터 뛰어다니는 하루가 한동안 이어졌습니다.

     

    유치원 앞에 서는 아빠

     

    하원 시간에 유치원 앞에 서 있으면 아빠는 저 혼자일 때가 많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도 몰라서 담벼락 쪽에 붙어 있었어요. 엄마들끼리는 서로 아는 사이라 얘기를 나누는데 저는 그냥 폰을 보는 척했습니다.

    문이 열리고 애들이 나올 땐 애들이 저를 보고 뛰어오는데, 솔직히 그 순간만큼은 너무 행복했습니다.

    국민학교 때 어머니가 저를 종일 보셨던 게 이런 거였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그때 어머니가 집에서 뭘 하시는지 몰랐어요. 그냥 집에 계시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루가 이렇게 길고 이렇게 정신없는 줄은, 애들 둘을 데리고 하루를 통째로 지내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돈은 줄었습니다.

    처음에 "좋겠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듣습니다. 그때마다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웃습니다. 쉬는 게 아니라고 설명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힘들다고 하기엔 제가 고른 면도 있으니까요.

    다만 하나는 확실합니다. 애들이 이 나이인 건 지금뿐입니다.

    우리 아버지는 제가 국민학교 다닐 때 집에 계신 걸 본 적이 없습니다. 아침에 눈 뜨면 이미 나가고 없었고, 밤에 자려고 누우면 그때 현관문 소리가 났어요. 아버지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그때는 그게 당연했던 겁니다.

    저는 지금 유치원 앞에 서 있습니다. 그게 아버지보다 잘나서는 아니고요, 그냥 시대가 달라진 겁니다.

    혹시 지금 고민하고 계신 아빠 있으신가요. 뭐가 제일 걸리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