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UTREE.RI · 개인 자료를 다시 쓰는 프로젝트
쌓아 둔 기록을,
다음 일을 위한 자산으로 바꾸는 실험
40대 직장인·육아 아빠가 사진·메모·자료를 세컨드 브레인에 모으고, 그 안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콘텐츠와 디지털 도구 실험으로 확장해 갑니다. 자동화·채널 운영·수익화는 결과를 약속하는 목표가 아니라, 직접 해 보며 배우고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단계: 자료 정리와 세컨드 브레인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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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6학년 때 친구 집에 처음으로 컴퓨터를 봤습니다.
친구가 정사각형 모양의 플로피 디스크를 넣고 검은 화면에 cd, dir 같은 글자를 치니 갑자기 화면이 바뀌었습니다.
거기서 페르시아의 왕자가 튀어나왔습니다.
벽돌을 밟고, 점프하고, 칼로 싸우는 왕자의 움직임이 그렇게 신기했습니다.
가시에 찔리고 칼에 베이면 빨강색 피가 튀었습니다.
어린 눈에 살짝 무서웠지만 신기했습니다.
죽어도 다시 살아나는 왕자를 보며 "아, 게임에서는 목숨이 여러 개구나"라고 처음 배웠습니다.

디스크를 넣으면 드르륵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 소리가 잠깐 나다가 멈추면 게임 화면이 뜹니다.
그 기다리는 몇 초가 그렇게 길었습니다.
그 일 때문에 저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졸랐습니다.
컴퓨터 학원의 배신
집 앞 컴퓨터 학원에 들어갔을 때 기대했던 건 게임도 하고, 도스 명령어도 배우고, 빌게이츠 같은 것들을 만드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학원에서 가르친 건 타자뿐이었습니다.
화면에서 떨어지는 단어를 받아치는 게임으로 자판을 익히고, 분당 타수를 올리는 게 전부였습니다.
벽에 타수 순위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매주 바뀌는 숫자 때문에 다들 열심히 쳤습니다.
처음엔 손가락 위치도 몰라서 독수리 타법으로 한 글자씩 눌렀습니다.
친구들보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치려고 괜히 집중했던 기억이 납니다.
페르시아의 왕자를 꿈꾸고 등록한 소년에게는 배신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간이 남았습니다.
지금 이 글도 자판을 안 보고 치고 있으니까요.
디스켓에 라벨을 붙이다
그래도 학원에는 보물이 있었습니다.
원장 선생님이 모아 두신 게임 디스켓들이었습니다.
수업이 끝나기 10분 전쯤 되면 "이제 게임 해라" 하셨습니다.
그 한마디를 기다리며 타자를 쳤습니다.
저는 그 게임들을 몰래 디스켓에 복사했습니다.
절대 훔친 게 아니고, 일요일에 친구 집에 가져가는 거였습니다.
손바닥만 한 디스켓을 품에 넣고 학원을 나올 때 괜히 두근거렸습니다.
복사가 끝나고 디스켓을 꺼낼 때 드르륵 하는 소리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복사한 디스켓에는 작은 라벨을 붙였습니다.
게임 이름을 직접 손으로 적었습니다.
라벨이 붙은 디스켓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게 제 첫 수집품이었습니다.

어느 날 바이러스라는 놈이 나타났습니다.
모아 두던 디스켓들을 정리할 때 라벨에 적힌 게임 이름들을 한 장씩 봤습니다.
그 검은 화면
그 시절을 돌아보면, 저는 컴퓨터로 먹고삽니다.
그 검은 도스 화면에서 배운 건 타자뿐이었는데 그 타자가 30년을 갔습니다.
여러분의 첫 컴퓨터 게임은 뭐였나요?
분당 타수, 몇 타까지 찍어봤나요?
댓글로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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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5년 생입니다」 다섯 번째 편입니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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