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UTREE.RI · 개인 자료를 다시 쓰는 프로젝트
쌓아 둔 기록을,
다음 일을 위한 자산으로 바꾸는 실험
40대 직장인·육아 아빠가 사진·메모·자료를 세컨드 브레인에 모으고, 그 안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콘텐츠와 디지털 도구 실험으로 확장해 갑니다. 자동화·채널 운영·수익화는 결과를 약속하는 목표가 아니라, 직접 해 보며 배우고 기록하는 과정입니다.
현재 단계: 자료 정리와 세컨드 브레인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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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파도 말고 진원을 봅니다
일이 안 빨라진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보통 도구 탓을 합니다. 더 좋은 도구를 사면 해결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그 불편함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따라가면 다른 게 보입니다. 눈에 보이는 건 파도지만 파도를 만든 건 저 아래 지진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진원을 찾아보겠습니다.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올해 공개된 자료만 순서대로 놓겠습니다.
1막 · 개인의 도구로 들어왔습니다
먼저 벌어진 일은 도입이었습니다. 오픈AI의 한국 사업이 출범 1년을 맞으면서 변화가 수치로 나타났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국내 기업과 기관에서 챗지피티를 쓰는 조직이 늘었다는 내용입니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잡힙니다. SC제일은행은 마이크로소프트 365 코파일럿을 전 직원에게 도입한 과정을 공유했습니다. 보험사에서는 보고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처럼 시간이 많이 드는 업무에 적용하는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여기까지는 순조롭습니다. 개인이 쓰는 업무 생산성 도구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니까요. 쓰는 사람도 대체로 만족합니다. 문서 초안이 빨리 나오고 회의록 정리에 드는 시간이 줄어드니까요. 문제는 그다음에 나왔습니다. 개인의 만족과 팀의 성과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2막 · 개인과 조직이 어긋나기 시작합니다
한 인공지능 리더십 행사에서 나온 김 디렉터의 지적이 이 글의 진원입니다. 업무 생산성 도구를 임직원에게 나눠 줘도 개인이 빨라진 만큼 조직이 빨라지지는 않는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둘이 따로 논다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럴까요. 일은 혼자 끝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보고서를 30분 만에 써도 검토가 이틀 걸리면 전체는 이틀입니다. 앞사람이 빨라진 만큼 뒷사람에게 일이 더 빨리 쌓이기도 합니다. 개인과 팀이 갈라지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업무 생산성 도구를 더 넣어도 이 틈은 안 메워집니다. 틈은 도구의 개수가 아니라 일이 넘어가는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 보이는 것 | 실제로 일어난 일 |
|---|---|
| 문서 작성이 빨라졌다 | 검토와 승인 단계는 그대로다 |
| 회의록이 자동으로 나온다 | 읽고 판단하는 사람은 그대로다 |
| 개인 업무 시간이 줄었다 | 줄어든 시간에 다른 일이 채워진다 |
| 도구 사용률이 올랐다 | 일이 흐르는 순서는 바뀌지 않았다 |
3막 · 그래서 순서를 다시 짜기 시작했습니다
이 틈을 알아챈 곳들이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SK하이닉스가 연 미래포럼에서 송길영 작가는 이렇게 진단했습니다. 인공지능 활용이 개인의 생산성을 넘어 조직과 시스템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것입니다. 도구를 나눠 주는 일에서 일하는 순서를 바꾸는 일로 넘어갔다는 뜻입니다. 적용 범위도 사무실 밖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제조 쪽에서는 조립과 운송, 포장처럼 서로 다른 공정을 묶어서 봐야 성과가 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로봇 한 대의 성능만으로는 전체가 빨라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무실에서 벌어진 일과 정확히 같은 구조입니다. 한 칸만 빨라지면 그 앞뒤에서 막힙니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옮겨 갔습니다. 무엇을 도입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다시 짤지로 넘어간 것입니다. 업무 생산성 도구는 그 재설계의 재료이지 답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부분
반대쪽 이야기도 놓겠습니다. 빅테크가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동안 일반 기업의 실질적인 개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투자 대비 수익을 엄격하게 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함께 나옵니다. 저는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순서는 분명해 보입니다. 도구를 먼저 넣고 순서를 나중에 바꾸면 틈이 생깁니다. 여기서부터 우리 팀의 문제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편에서 볼 것
다음 편에서는 이 틈을 실제로 재는 방법을 다루겠습니다. - 일이 어디서 멈추는지 찾는 법: 끝난 일이 아니라 기다리는 일을 셉니다 - 개인 시간과 전체 시간을 따로 재는 법 - 업무 생산성 도구를 늘리지 않고 순서만 바꿔서 줄어드는 구간 저는 이번에 도구 목록을 늘리기 전에 일이 멈추는 지점부터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여러분의 팀에서는 일이 주로 어디에서 멈추나요? 댓글로 알려 주시면 다음 편에 반영해 보겠습니다.